[ 자장면과 짬뽕이 없는 중국 요리주점 ]
"중국소흘", 연신내역에서 연서시장 방향으로 골목길을 조금만 들어오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중국요리주점이다. 간판에서부터 중국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게 외관상 만으로도 맛집이다. 노란색 배경에 검은색 큼직한 한자와, 붉은색으로 포인트가 들어가 있다. 간판의 위치만으로는 1층에 홀이 있는 건가 싶지만, 간판 아래의 천막 속으로 들어가 보면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나오게 된다. 입구에서부터 중국요리 특유의 향신료 냄새들이 올라오며 허기를 자극하는 집이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집은 아닌 게, 자장면과 짬뽕은 메뉴에 없다. 모두 요리로만 메뉴가 구성되어있는 하얼빈식 요리 주점이다. 식사를 하러 오기에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여긴 술이다. 술을 마시러 와야 하는 집이다.
* 상호명 : 중국 소흘
* 위치 : 서울 은평구 통일로80길 10 (우)03345 / 불광동 311-12
https://place.map.kakao.com/911073002
* 영업시간 : 월~토 11:30~22:00 / 일요일 휴무
☎ 070-7314-2333
[가성비를 넘어 갓성비 맛집, 술이 들어간다.]
건물에서도 느껴지는 분위기는 오래된 '노포'상점의 느낌이 강하다. 깔끔하고 쾌적한, 그리고 위생적인 식당을 찾으시는 분들이시라면 한번 고려를 해 보신 후에 방문을 해 주시는 게 좋다. 지하에 있고 시끌벅적하고 오래된 식당이라서 홀 분위기는 깔끔함과는 약간 거리감이 있다. 나처럼 땅에 떨어진 음식도 주워 먹을 것 같은 사람들은 전혀 문제없다.
홀에 들어가면 벽면에 음식 사진과 함께 메뉴가 큼지막 하게 붙어있다. 음식의 종류도 너무 다양하고 생소한 이름의 음식들이 많은데, 음식 사진이 있어 메뉴 선택에 큰 도움이 된다. 가격 또한 합리적이다. 요리 메뉴임에도 대부분 2만원을 넘지 않는다. 식사메뉴도 6~7천원 정도의 가격대라서 진짜 부담 없는 금액으로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는 갓성비 맛집이다.
우리는 먼저 뜨끈한 국물이 필요했다. 사실 1차를 한잔 하고나서 장소를 옮겨서 이동한 거였는데, 밖의 날씨가 너무 춥다 보니 몸을 녹일 뜨끈뜨끈한 메뉴로 선택을 하고 싶었다. 첫 번째 메뉴는 "훈둔"이다.
- 훈둔 : 11,000원.
사실은 1차에서 꽤 많이 마시고 와서 메뉴 시킨 순서는 살짝 헷갈린다. 훈둔은 만둣국같은 느낌의 메뉴였다. 음식 나오자마자 국물부터 마구마구 떠먹었다. 이거 맛있다. 역시 술 마실 때 국물은 필수. 만두도 야들야들 부들부들 하니 맛있다. 목구먹으로 꿀떡꿀떡 넘어가는 만두다. 너무 국물이 땡겼는지 음식 사진도 안찍고 그냥 입에 밀어 넣었다. 그래서 먹다 말고 찍은 사진밖에 없다. 진짜 맛있었다는 증거 아닐까?
메뉴 하나로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음 메뉴도 시켜본다. 국물은 있으니 튀김종류로 선택을 해 본다. "꿔바로우", 중국집에서는 보통 탕수육을 많이 먹는 편이었는데,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다 보니 취향이 조금 바뀌나 보다. 최근에는 탕수육보다는 꿔바로우가 더 맛있다. 소흘에도 꿔바로우 메뉴가 있어서 시켜보았다.
- 꿔바로우 : 16,000원
튀김의 크기는 큼지막하게 나온다. 탕수육도 고기튀김이고, 꿔바로우도 고기튀김 이지만 좀 더 쫀득한 식감의 꿔바로우가 요즘 더 땡긴다. 함께 주시는 가위로 먹기 좋은 크기로 컷팅을 해 준다. 소스도 먹기 딱 좋은 농도였다. 과하지도 않았고, 간장을 찍어먹기에도 좋은 정도였다. 물론 꿔바로우 자체도 잘 튀겨져서 질기지도 않고 딱 맛있다. 딱 칭타오와 함께 먹으면 내일이 없어질만한 과음을 부르는 안주가 아닐지? 그리고 이모님께 고수를 달라고 해서 함께 먹어봤는데 이것 또한 별미!
나는 평소에 고수를 많이 좋아하는편이라서 개인 취향일 수 있으니 고수 안 드시는 분들은 주의 요망.
아 맞다! 음식 메뉴를 주문하면서 당연히 술도 같이 주문했다. 중식에는 칭따오가 잘 어울리니 칭따오 맥주는 기본으로 시켜주고, 오늘은 연태고냥도 한병 시켜본다.
-연태고냥(소) : 12,000원. / 칭타오 : 6,000원.
칭따오 맥주와 연태고냥으로 소맥처럼 섞어서 마시면 소맥 이상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어봤다. 술 먹다가 들어봤나 보다. 어디서 먹었는지 기억은 잘 안 난다. 맥주잔에 연태고냥을 살짝 따라주고, 칭타오를 적정비율 추가로 따라주면 소맥과 비슷한 비주얼이 나오는데, 한잔 마셔보면 연태 특유의 향긋함이 콧잔등에 부드럽게 맴도는 소맥과는 다른 매력의 술을 맛볼 수 있다.
첫 잔부터 진짜 맛있게 마셨는데, 이때..부터 였나 보다.... 기억이 가물가물 해 진던 시점이ㅋㅋㅋㅋ 이다음 메뉴들이 잘 기억이 안 난다.
연태와 칭따오의 콜라보레이션 폭탄주를 마시다 보니 안주가 더 필요하다. 고기가 필요했다. 이상하게 술 마시면 육식이 더 하고 싶어지나 보다. 그래서 다음으로 주문한 메뉴는 "쯔란양고기"였다.
- 쯔란양고기 : 17,000원.
쯔란양고기는 내가 느끼기에 이 집의 베스트 메뉴가 아닐까 한다. 소주파 음주인에게는 환상적인 안죽가 아닐지. 쯔란이 들어가는 음식이라 강한 향신료 맛과 더불어 양고기의 풍미도 살아있다. 고기를 입에 넣고 씹을수록 그 맛이 깊어지는 것 같다. 나는 고수를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라 고수를 얹어서도 먹어본다. 고수는 어디에 조합해도 맛이 있구나... 환상의 식물이다 정말. 술이 술술 들어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칭따오+연태구냥 조합도 잘 어울리지만 개인적으로는 연태구냥 단독으로 마시거나, 소주와 함께 먹는 게 궁합이 더 잘 어울릴 듯하다.
오늘은 이미 섞어서 마시는 중이다 보니 계속 섞어서 마시기로 하고, 다음 기회에 소주를 마시러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쯔란양고기가 마지막일 줄 알았지만 너무 요리만 먹으니 탄수화물이 땡긴다. 이미 술에 취해 포만감을 잊은 사람이 여기 있었다. 피날레는 "가지볶음밥"이다.
- 가지볶음박 : 7,000원.
오늘 밤이 끝나지 말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었다. 더 마시고 먹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멈춰야 할 때. 탄수화물로 영양소 균형을 맞춰주면서 엔딩을 향해 나아간다. 가지볶음밥도 중국음식답게 간은 좀 있는 편이다. 그래서 식사로서도 좋지만 술안주로 시키기에도 적당하다. 밥알 한 알 한 알에 고루고루 코팅된 기름과, 달달하고 말캉하게 볶아진 가지가 환상 조합을 이룬다. 여기에도 고수는 빠지면 섭섭하다. 고수 팍팍. 내 취향. 그래서 멈추지 못하고 끝까지 술과 함께 먹었다.
[이제는 집으로 가야 할 때...]
다 먹고 나니 이제야 우리가 먹은 음식들을 보며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감을 잡는다. 두 명이서 이걸 다 먹었다고???
- 훈둔 : 11,000원.
- 꿔바로우 : 16,000원.
- 쯔란양고기 : 17,000원.
- 가지볶음밥 : 7,000원.
- 연태구냥(소) 1병 : 12,000원.
- 칭따오 4병 : 2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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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 : 87,000원.
하얗게 불태웠다.
주말 밤 후회없이 즐겼다. 내일 눈 뜨지 못할 지라도 후회하면 안 될 것 같다.
술에 취해 집에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지지만 사실 바로 코앞이다. 오분만 가서 쓰러지면 된다.
원없이 맛있게 먹었던 중국요리주점 "중국소흘" 이었다.
@muk_cha_muk_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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