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악산 첫 경험을 설산에서 시작하다.]
얼마 전, 여자친구와 함께 런닝 이외의 다른 운동을 취미로 더 해보고 싶어서 참가했던 등산동호회가 하나 있었다. 거의 한달을 넘게 스케줄에 맞는 등산일정이 있는지 시간을 보고 있었고, 드디어 주말일정에 맞는 등산일정이 생겼다. 이번기회에 동호회 사람들도 만나보고 등산도 해 보고자 관악산에 도전하게 되었다.
카카오톡 오픈톡방에서 누군가 등산 일정을 열어주면 시간이 맞는 분들이 참석버튼을 눌러 모인 인원으로 등산을 하게되는 방식이었다. 등산이 있는 주의 목요일쯤 눈이 많이 내렸기 때문에 아이젠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들이 있었는데, 결국 당일까지 우리는 아이젠을 구하지 못했다. 걱정이 좀 되서 등산전날 일분들께 카톡으로 아이젠 없어도 될지 문의를 해 보니, 산에 눈이 아주많이 쌓이지는 않았을 거여서 최대한 조심해서 올라가면 크게 문제는 없을꺼라는 일행의 이야기를 듣고 최대한 조심해가며 등산을 해 보기로 했다.
* 관악산 '연주대'(해발 629m)
- 등산코스 : 사당역 4번출구 -> 관악산 입구 -> 연주대 -> 서울대
- 소요시간 : 약 3시간 40분.
- 이동거리 : 약 8.8km.
https://place.map.kakao.com/17614924
[ 설레이는 출발, 등산화 질끈 조이고 집을 나선다 ]
등산 약속시간은 사당역 4번출구에서 11:00.
연신내가 집인 우리는 9:30에 등산화를 질끈 조여신고 출발을 해 본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대략 연신내역에서 사당역까지 대략 50분 정도면 이동이 가능했다. 11시에 시작하여 대략 3~4시간을 등산해야 하기에 중간에 점심을 먹지 못하는 일정이라 연신내에서 아침을 먹고서 출발 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연신내역 인근의 연서시장안에있는 "옥이네김밥"으로 향했다. 이곳은 아침일찍 식사가 가능한 분식집이다. 과하게 먹으면 등산할 때 속이 거북하거나 화장실이 급해질 수 도 있을듯 하여 둘이서 김밥하나 국수하나로 아침을 해결했다. 뜨근한 잔치국수 국물과 진득한 김밥이 속을 달래주기에 딱 알맞았다.
먹으면서 사실 주문을 더 하고 싶었는데 간신히 참았다 ㅋㅋ 시간도 촉박하긴 했지만 너무 배불리 먹으면 등산에 지장이 있을까봐 참아보았다. 둘이서 한끼 7,500원에 해결해서 너무 만족하며 지하철을 타러 간다. 지하척 역사를 내려가 열차를 기다리는 와중에 자판기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후식은 율무차로 한잔 ㅎ
그리고 이번에는 커플로 맞춘 등산화도 한장 찍어본다. 이번에 등산을 하려고 여자친구도 등산화를 하나 장만했다. 내가 기존에 사용중인 '블랙야크트레킹화 아이유신발 343 아크 ARC GTX' 제품으로 똑같이 사서 맞췄다. 이전에 인왕산을 갔을때도 내가 신었던 모델이고, 부담없이 편하게 사용하기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된다. 연신내역에서 3호선을 타고 충무로까지 간 다음, 4호선으로 환승을 하여 약속장소인 사당역까지 가준다.
[ 사당역에서 집결, 이제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해 보자 ]
사당역에 딱 11:00에 도착했다. 코리안타임이란게 항상 존재하는건지 11:10정도 되서야 모든 인원이 다 모였다. 4번출구 앞의 편의점에서 모여서 필요한 물이나 주전부리를 각자 구입한 후 등산로를 향해 이동을 한다. 우리는 아침을 먹고 와서 다른 간식을 사지는 않았고, 물만 2병 구입해서 출발을 했다.
편의점을 시작으로 대략 10~15분 쯤 일반 도로를 걸었을때 쯤 산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가 등산로라고 알려주는듯 '관악산 안내도가 크게 서있다. 우리가 오늘 가는 코스는 사당역을 시작으로, 관음사쪽 입구로 들어가 관악능선을 따라서 연주대를 찍고, 반대편 서울대쪽으로 하산하는 코스였다.
초반 눈쌓인 산길을 따라서 올라가보니 생각보다 경사진 눈길은 등산화를 신은 상태여도 많이 불안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설산에서는 아이젠이 필수라는 이야기를 했나보다. 그래도 조심조심 한걸음 한걸을 앞사람을 따라서 부지런히 따라가 본다. 관악산을 여러번 와본 분께 물어보니 초반 등산로는 계단이 적고 흙길과 돌길이 많아 비교적 험한 편이고, 좀더 올라가서 진행하다보면 오히려 길은 더 편해질 거라고 했다.
관음사 입구에서부터 또 10~15분쯤 올라왔을때, 넓은 공터가 하나 나왔다. 체력단련을 위한 공간으로 보였다. 여기서 부터가 본격적인 등산의 시작이라고 했다. 나는 이미 30분을 왔는데??? ㅋㅋㅋ 왜 이제 시작이지??? ㅋㅋ
살짝 당황했지만 자연스러운척 해본다. 나보다 여자친구가 더 당황했다는걸 표정에서 알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사람들을 잘 따라서 잘 올라왔었는데, 본격적인 등산로에 진입하고나선 점점 선두와의 거리가 벌어지곤 했다. 등산을 자주 다녀본 편은 아니라서 관악산이 어느정도 난이도일지 감을 잡지 못하는 와중에 눈이 쌓인 길이 불안하여 페이스가 점점 떨어진것같다. 페이스가 떨어지니 몸에 열이 올라와서 추위를 좀 견뎌줘야 하는데 체온이 생각보다 많이 떨어지는걸 느낀다.
그래도 꾸역꾸역 참아내고 선두와 거리가 더 벌어지지 않도톡 힘을 내본다. 그리고 우리가 초보인걸 아시고 일행분께서 맨뒤에서 우리를 받혀주면서 페이스가 더 떨어지지 않도록 도와주신다.
초반에 살짝 땀이 나서 외투를 벗었던 여자친구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차가워지는 바람과 기온탓에 다시 외투를 입게된다. 나는 길팔을 세겹껴입고 레깅스와 긴바지를 껴입고 왔더니 외투대신 조끼만으로도 어느정도 방한대비가 가능했다.
눈이 쌓였긴 해도 날씨는 해가 쨍쨍했고 미세먼지 없이 맑은 하늘이라서 시야도 좋았다. 돌계단과 나무데크, 철계단, 평지 등이 섞여있는 등산로는 지루할 틈은 없었다. 중간에 바위를 넘어야 하는 구간이나 거의 미끄럼을 타듯 기어 내려가야 하는 어려움 구간이 살짝씩 나오기도 한다. "악"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면 어려운 산이라는 말이 있다던데, 관악산은 그말이 맞는것같았다. 꽤 힘들다. ㅋㅋㅋ
날씨가 맑아서 힘든 와중에도 멀리 보이는 서울 전경과 관악산의 경치, 그리고 저멀리 북한산까지도 보이니까 눈은 즐겁다. 서울내의 랜드마크라고 할 만한 건물들. 63빌딩, 남산타워, 롯데타워등 이름을 알만한 건물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거의 한시간 반 정도를 올라왔을때, 저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연주대냐고 일행에게 물어보니 저건 아니라고 한다. 연주대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여자친구는 이미 많이 지친상태. 사당역 편의점에서 간식 안사온걸 후회하고 있다. 초코바 하나라도 사올껄... 물로는 해결 안되는 힘듦이다. 당이 필요하다 ㅋㅋㅋ 관악산 오시는분들은 꼭 초코렛 챙기길 바랍니다.
힘들다고 해도 이제 다시 돌아가기에도 어려운 지점이다. 부지런히 따라가서 연주대찍고 하산하는게 가장 빠른 방법이다. 중간지점에서 일행분이 가져오신 따뜻한 보온병의 물로 커피를 한잔 얻어마셨는데 잠시나마 온몸이 녹아내리는 따스함을 느낀다. 여자친구도 얼은 몸이 조금은 녹는다고 했다. 이제 다시 연주대를 행해서 마지막 힘을 내본다.
[ 연주대를 보긴 보는구나..! ]
관악산 능선을 따라서 부지런히 일행들을 따라간다. 이제 정말 배가 너무 고프다. 여자친구는 발가락이 너무 시렵다고 한다. 좀더 참아보다가 도저히 발가락이 너무 시려워서 힘들다고 하길래 신발을 바꿔신어본다. 사실 나는 발가락은 시렵지 않았다.. ㅋㅋㅋ 내가 평소에도 기본체온이 여자친구보다는 높은편인듯한데, 신발을 바꿔신어보니 여자친구 눈이 커진다. 신발이 따뜻하다고 한다, 반대로 여자친구의 신발을 내가 신어보니 냉장고다. 왜이렇게 차가운거야 정말.. ㅋㅋㅋㅋ
여자친구가 키가좀 있는편이고 나는 작은편인데, 발사이즈도 똑같이 245mm다. 신발을 서로 공유가 가능하단건 이럴때 보니 큰 장점이다.
신발 바꿔신는 방법으로 한순간 고비를 넘기고 이제 연주대를 향한 마지막 구간을 넘는다. 연주대에 도달했을때 이미 정상석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등산 시간은 두시간을 조금 넘긴 시점 이었던것 같다. 첫 관악산 연주대에 도달해보니 춥고 힘들고 배고프고 이런 고생들이 보상받는 기분이다. 기분은 그랬지만 추운건 진짜 너무 춥다. 사진 순서를 기다리면서도 너무 추웠지만 그래도 처음 와본 관악산에서 인증샷은 찍어줘야 했다. 추위와 시간 관계상 개인샷은 포기를 했지만 일행분들과 다같이 단체샷을 남기는걸로 만족했다.
사진을 찍고, 마지막으로 커피를 한잔씩 나눠 마시며 몸을 좀 녹인다. 이제 하산할 준비를 하며, 개인 옷가지와 장비를 한번 점검해 준다. 나는 장비랄게 없어서 등산화만 한번 풀었다가 다시 조여서 신어본다. 그리고 눈도 한번 털어준다. 내려가는 코스는 올라오는 길에 비해서는 비교적 아주 무난했던 느낌이다. 대부분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눈이 쌓여서 조심스러웠지만 눈이 없었다면 하산하는 속도도 빠르게 내려왔을것같다. 하지만 나무데크나 철계단 보다는 자연석으로 된 돌계단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등산로여서 눈이 쌓인 상태에서는 불안함이 크다.
내려올때는 비교적 선두권을 잘 따라갔다. 이제야 몸이 풀린건지... ㅋㅋㅋㅋ 그래도 맨 앞의 일행들은 넘사벽이다. 2~3명의 일행분들은 등산과정에서 거의 보질 못한것같다. 잠깐잠깐 쉬는타이밍에 보고 같이 이동하는 과정은 별로 겹치지 않았다. 우리가 참 많이 느리구나 느끼는 부분이다.
연주대에서 부터 대략 한시간 정도 하산을 하니 서울대내부에 도착하게 되었다. 힘들 산행이었으나 부상자 없이 사고없이 무사히 설산 등산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서울대쪽으로 하산을 하고나서, 한 5분 정도? 걸어가니 버스정류장에 도달할 수 있었다. 여기서 버스를 타고 한 20~25분정도 이동을 하면 서울대입구역까지 갈수 있다. 이 역이 왜 서울대입구역인지 의문이다. 이정도면 입구가 대학교에서 너무 먼것이 아닌지....ㅋㅋ
아무튼, 첫 설산 도전은 나름 무사히 성공했다. 페이스가 많이 뒤쳐지긴 했지만 낙오하지 않고 완주한것에 너무 만족한다. 일행 분들과도 하산 후 다같이 식사를 하러 가서 삼겹살에 소주를 한잔 걸치며 완벽한 마무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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