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동아마라톤(서울마라톤) 대회 당일이다. 풀코스 도전을 하기로 마음먹고, 거의 4개월의 기간을 준비하고 드디어 결전의 날이다. 4개월 이라는 기간동안 정말 열심히 준비해도 모자란 시간인데 부족한 훈련량에 아쉬움이 더 크다. 그래도 목표는 완주! 최선을 대해서 결승점 까지 달리자!!
[ 국제대회에서 첫 풀코스에 도전해 본다 ]
이번 동아마라톤(서울마라톤)은 10km, 풀코스, 풀코스 4인 릴레이, 풀코스 2인 릴레이 등 여러가지 종목으로 참가신청이 이루어 졌다. 나는 "풀코스"종목에 신청하여 혼자서 온전히 42.195km를 달리기로 했다. 지난 겨울부터 런닝크루 사람들과 훈련팀에 소속되어 준비를 해 왔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와 개인적인 게으름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성실하게 훈련에 참여하지를 못했다. 대회 당일이 되어보니까 더 아쉽게만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래도 여러 팀원들과 함께 으쌰으쌰 해 본 지난 날들을 생각하며 절대 중도포기는 없이 끝까지 뛰어보기로 다시한번 다짐을 해 본다.
대회당일 우리 debrunners 팀의 집결시간은 06:30. 평소 출근시간 보다도 많이 이른시간이다. 5:00에 알람을 맞춰두고 늦지않게 일어나서 부랴부랴 짐을 챙겼다. 뛸 복장을 입고 긴바지와 긴팔을 겉에 더 입어서 보온에 신경을 써주고 마지막으로 바람막이까지 챙겨 입었다. 그리고 갈아입을 옷가지와 런닝화를 챙겨서 가방에 넣었다. 아주 이른 시간이지만 빈속으로 풀코스를 뛸 수 는 없기에 속이 편하도록 누룽지 숭늉을 부드럽게 끓여서 적당한 양을 먹어주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화장실! 대회 당일 아침에 속을 개운하게 비우는것이 정말 중요하다. 나는 집에서 두번, 경복궁 역에서 한번, 총 세번을 화장실에 들려서 최대한 속을 비우기위해 집중했다 ㅋㅋㅋ 그래서 그런지 뛰는 동안 뱃속은 아주 평화로웠다.
6:00 연신내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경복궁역으로 이동을 했다.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여자친구 또한 짐보관과 응원을 해 주러 나와 함께 움직여 준다. 너무나 고맙고 감동적인 순간이 아닐수 없다. 광화문 광장에 도착하여 우리 팀의 집결지에 가니, 하나 둘 팀원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다같이 가슴팍에 deb 로고를 새겨넣고 몸을 풀며 준비하는 모습이 내심 자랑스럽다. 이때 느껴진 두근거림은 훈련이 부족해서 느꼈던 불안, 초조, 긴장 과는 또 다른 느낌의 설레임 같았다.
팀원들이 모두 모인 후 대회장 한켠, 사람이 많이 붐비지 않는 한적한 공간에 동그랗게 둘러서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평소처럼 몸을 풀어주면서 긴장도 풀어주기 위해서 신경을 써서 준비운동에 임한다. 준비운동 이후 팀원 모두가 가까이 모여 손을 모아 화이팅을 외치며 서로를 응원해 준다. 뭔가 완주를 하지 못하면 안될것 같다는 마음이 배가 된다 ㅋㅋㅋㅋ 부담과는 다른 느낌이다. 뭔가 해내고싶은 욕심이 더 커지는것 같다. 출발시간은 08시부터 명예의전당 그룹부터 순차적으로 시작을 해서 마지막 G조 까지 분할하여 출발이 이루어진다. 출발지역에 집결하기 전에 우리 팀원들끼리 단체사진도 한번 찍어주었다. 오늘 모두 완주에 성공하기를 서로 기도해준다.
출발 전까지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다. 나는 사전에 기록제출을 하지 않아서 마지막 출발인 G조에 편성이 되었다. 그래서 첫 그룹이 출발하고나서 25분 후에 출발을 하게 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 보다 더 대기 시간이 길었다, 기다리는 동안 소변을 한번더 해결하기 위해서 화장실을 천천히 찾아보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화장실 찾기가 어려웠다. 지하철 화장실은 줄이 어마어마 해서 해결이 가능할지 가늠이 안 될 정도였다. 근처 공중화장실은 모두다 동일한 상태. 국제대회이고 참가자가 많은 대회인데 화장실은 좀 더 많이 구비를 해 주면 좋을것 같았다. 그래도 출발시간이 마지막 그룹이라서 대회 스타트 직전에 화장실을 다녀올 수 는 있었다.
[ 드디어 생애 첫 풀코스도전 시작! ]
첫번째 그룹부터 시작하여 순차적으로 하나하나 사람들이 달리기 시작하는걸 보면서 내 순서도 기다리고 있었다 .긴장감은 이제 최고조를 지나서 오히려 다시 차분해짐을 느낀다. 여자친구가 출발 직전까지 G그룹 출발대기 존에서 함께 기다려 줘서 좀더 위안이 되었던 것 같다. 이제 출발 신호가 얼마 안남은 시점이다. 많은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잘 피해서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페이스도 무리하지 말자고 한번 더 나 자신과 약속을 한다.
긴 대기시간을 지나서 이제 드디어 출발을 한다. 게이트까지 천천히 다가가서 센서를 밟고 지나가기 직전에 워치를 켜고 본격적인 레이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메이져급 대회라서 그런지 초반에 몰려있는 인파를 뚫고 진행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도 초반에 대회 분위기에 흥분되는 기운을 받아 열심히 앞에있는 사람들을 헤쳐나가기 시작했다. 초반 목표로 했던 530페이스로 달리다가는 이 많은 사람들을 비집고 나가기가 불가능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사람 사이에 틈이 보일때마다 샥샥 치고 나가기 위해서 순간순간 스피드를 내며 뛰기를 반복했다. 생각보다 사람들 사이를 뚫고 지나가는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순간순간 스피드를 내서 그런지 초반 페이스가 목표했던 530보다 높게 나왔다. 대략 5KM 지점까지 인파를 뚫으면서 500정도 페이스를 유지하게 되었다. 530 페이스보다 다소 빠른 속도를 유지하다 보니 마지막 구간에서 체력을 다 소진 할 까봐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아직까지는 몸상태가 좋은것같다. 5km 구간을 지나면서 에너지젤을 한입 먹어주었다. 매 3~5km 구간마다 한입씩 미리미리 먹어주기로 생각하고 꾸준히 손에 들고 뛰었다. 약 8km 구간을 지날때 여자친구가 주로 한쪽 펜스에서 나를 응원하는게 보였다. 뭔가 에너지젤 보다 확실한 효과가 나온다 ㅋㅋ 역시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되는듯 하다. 코스의 초반 20k 정도는 거의 청계천과 을지로 지역을 왔다리 갔다리 하는 구간이라서 턴 하는 구간마다 거의 3번정도는 여자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왔다갔다를 거의 다 하고, 이제 레이스 중반을 지나가는 시점이 왔다. 어찌저찌 뛰다보니 초반에 뛰었던 500페이스 그대로 하프 지점까지 끌고 오게 되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급수도 자주하고 에너지젤도 야금야금 잘 먹어줘서 그런지 페이스가 흔들리지 않고 쭉 500페이스를 밀고 나갈 수 있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컨디션이 좋은 느낌이었다. 하프지점 이후 불규칙적으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지점들이 나오기는 했으나 버틸 만 했다. 우리 팀들은 아니었지만 주로 양쪽 사이드에서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힘을 더 짜내 보았다. 그렇게 25km 지점을 지나면서 워치를 보니 아찍까지 평균페스 500이 유지되고 있었다. 그래 차현규 아직 죽지 않았다!! 할수있다!! 한번 더 속으로 나 자신을 응원하며 스스로 힘을 짜내보았다. 이렇게 쭉 밀고나가서 결승선 까지 들어가보자! 하고 목표페이스 500으로 고정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그 다짐은 오래 가지 못했다. 역시나 훈력부족의 영향이 컷던 것일까 28~9km 지점을 지나가면서 급격하게 체력이 빠지는 걸 느끼게 되었다. 이때부터는 거의 3km 마다 꼬박꼬박 에너지젤을 입에 넣었는데도 힘이 더해지지 않는다. 처음 해보는 에너지젤 보급이라서 그런지 먹는 양이 너무 부족했던 것 같기도 하다. 드리어 고비의 30km 지점을 지나가게 되면서 지금 까지 잘 유지하던 페이스가 점점 힘을 잃는 느낌이 든다. 역시나 30km 이후에 워치를 보니 평균 페이스가 매 1km 마다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지금껏 계속해서 사람들을 지나치며 주행을 했는데 이제 서서히 주변 사람들과 동일한 페이스로 달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아. 속도를 높이는건 여기 까지가 한계구나,,, 여기서 한가지 느끼게 되었다. 준비가 부족한 나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어찌어찌 버티며 35km 구간을 지나자 마자 고비가 한번 크게 찾아 온다. 오른쪽 발목과 왼쪽 무릎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여기서 페이스를 빠르게 유지하지 못하겠다고 판단하고 좀더 느리게 속도를 조절했다. 내가 조절한게 아니라 내 다리가 지쳐서 느려진게 맞는것 같다. 꾸준히 페이스가 떨어지고 체력도 온전치 않다. 레이스 후반 운영은 내 마음대로 컨트롤 되는게 하나도 없었다. 한강위를 지나가면서도 너무 속도가 떨어지고 체력적으로 버거워져서 이때부더 거의 3번정도는 걷게 된것 같다. 정말 눈물만 안났지 거의 울면서 억지로 억지로 뛴것 같다. 정말 레이스 막판. 39km 지점 쯤에서 코너를 돌고 인파가 몰려있는 지역에서 우리 달음박 사람들과 DEB런너 사람들, 그리고 여자친구를 다시한번 만날 수 있었다. 진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여자친구 보면서 정말 힘들어서 못뛰겠다고 육성으로 내뱉었다. 진심으로 고통스러웠다. 이제 마지막 3km. 거의 다 왔고 조금만 더 고통을 참으면 끝낼수 있다는 각오로 한번 더 모든 힘을 쥐어 짜 보기로 했다.
[ 피날레, 고통이 큰 만큼 값진 풀코스 마라톤 완주! ]
마지막 결승선이 있는 경기장의 모습이 눈에 보인다. 하지만 몸상태는 이제 거의 방전상태. 페이스는 거의 7분대까지 떨어져서 복구가 되지 않는다. 힘을 내보려 해도 힘이 나지 않는다. 죽을 것만 같다. 워치는 배터리 잔량이 10%미만이라며 알림을 준다. 나는 체력이 5% 미만이다 워치야. 그렇게 꾸역꾸역 힘들 다리와 몸뚱아리를 이끌고 경기장 입구 근처까지 왔다. 여기서 같은팀 동료는 또 만나게 되었다. 그 친구역시 나와 상태가 비슷하다 ㅋㅋㅋㅋㅋ 오만상 찌푸리고 거의 걷다시피 진행하는 모습을 보고 같이 힘을 내자고 등을 토닥인다. 그렇게 동료와 함께 경기장 안 트랙으로 입성하고, 마지막 힘을 짜내서 조금이나마 속도를 내 본다. 마지막에 트랙 내부에서 응원해주는 팀월들도 만날 수 있었고,. 그래서 속도를 조금이나마 더 낼 수 있었다. 짧은 순간이지만 막판 스퍼트를 해 보았고 드디어 결승선 센서를 밟으며 완주에 성공 했다!! 처음 시작은 G조에서 꼴지로 혼자 시작했지만 마지막은 같은 팀원들을 만나서 함께 할 수 있음에 너무 기뻤다. 다만, 결승선을 골인 하는 순간 내 애플워치5는 배터리가 방전되어 버렸다. 그래서 nrc기록은 측정이 되지 않았다 ㅋㅋㅋㅋ
결승선 통과 후 아주 천천히 경기장 밖으로 나머지 인원들과 합류하기 위해 걸어 나갔다. 도저히 다리가 아파서 빠르게 걷지를 못했다. 경기장을 나가면서 간단한 간식과 메달을 수령받았다. 그리고 포카리스웨트 부스에서 이온음료도 마셔주고, 아미노바이탈도 하나 받아서 마셔주었다. 고갈된 체력에 몸상태는 정말 말이 아니다. 완주했다는 기쁨과 안도감에 다리도 풀리고 쥐도 올라온다. 많이 걷지 못해서 그냥 땅바닥에 누워서 쉬기로 했다. 체력을 갉아먹으며 뛰었던게 맞는것 같다. 그래도 완주 메달을 받고나니 뿌듯하긴 하다. 온몸을 갈아넣어 만들어낸 기록이 하나 남았다.
애플워치가 방전되는 바람에 nrc 기록이 날아가 버려서 대회에서 제공하는 기록만 남았운것이 살짝 아쉽긴 하다. 구간별 상세 기록들을 좀 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 이제 끝! 다음을 기약해 본다. ]
정말 큰 대회 하나를 나름 완주라는 목표에 성공하며 마무리 하게 되었다. 결승선 통과 이후에도 여자친구가 달려와서 축하해 주고, 팀 동료들도 서로서로 격려와 축하를 나눠 주었다. 뭉클하고 뿌듯하고 감격스럽다. 내 인생에 마라톤 풀코스 기록을 하나 가지게 되었다. 비록 빠른 기록의 성적표는 아니지만 SUB4를 달성하며 완주룰 했다는것에 만족은 한다. 처음부터 욕심을 내지 말아야 겠다. 이번 대회로 끝이 아니다. 다음에도 풀코스 준비를 해서 보다 나은 기록으로 또 한번 완주 하는 것을 목표로 달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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