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참가했던 마라톤 대회는 기록경쟁이 아닌 다같이 축제를 즐기는 코스프레 이벤트가 있는 마라톤 대회였다. 일반적인 마라톤과는 다르게 팀별로 개성넘치는 코스프레를 하고 달리는 이색 대회다. 체력적인 한계를 견디며 경쟁하던 달리기는 잠시 미뤄두고, 누가 더 참신하고 재밌게 코스프레를 하였는지가 관건이었다!
[ 2023 굿러너 릴레이 마라톤, 3년만에 돌아왔다! ]
- 대회명 : 2023 굿러너 릴레이 마라톤
- 일시 : 2023. 03.05(일) 08:00~13:30
- 장소 : 월드컵공원 평화광장 일대
- 참가비 : 1팀 28만원(1명당 4만원)
- 레이스 : 42km / 7인 1개팀 릴레이 방식 (1인당 6km)
- 기념품 : 배번, 완주메달, 완주타월, 완주맥주, 간식 (현장수령)
코로나로 인한 길고도 긴 공백을 견디고, 3년만에 드디어 다시 열린 대회다! 이전에 열렸던 대회가 그렇게 재미났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이번에 우리 런닝크루 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친구들이 몇명 모여서 참가를 하기로 계획을 잡았다. 우선 관심을 보이던 사람들 7명을 모아서 팀을 꾸렸고, 접수날 당일 오픈과 동시에 빠르게 클릭하여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신청에 성공했다!
신청을 하고 나서 팀원들끼리 단톡방을 파고 대회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우선, 아이디어를 모았다. 어떤 코스프레를 준비해야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재미있을까??? 준비 과정에서 나왔던 아이디어들은 많았었다. "디즈니 공주캐릭터-인어공주, 백설공주 등등", "뉴진스", "동물(오리가족)분장", "나루토", "MBTI성격유형 분장", "종이의집", "오징어게임"등등...
여러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이야기 해 보던 중 마지막에 선택한 코스프레는 바로~ "크루엘라 드빌" 이었다!
다른 아이디어들도 재미있을것 같았지만 왠지 다른 참가팀들도 많이 할 수 있을법한 아이템이라 생각되었다. 크루엘라 분장을 남자팀원이 하고, 나머지 팀원들이 개성을 살려 달마시안 분장을 하면 이건 뭔가 특별해 보일 수 있을듯 했다. 그리고 팀원중 머리가 긴 남자가 한명 있었기에 시도 가능한 코스프레였다.
길지 않은 약 2주 남짓한 준비기간동안 각자 생업을 하는 와중에 남는 시간을 활용해 코스프레 준비를 하였다. 퇴근 후 의상준비와 소품등을 구하고 짬을내어 만남을 가지고 열심히 준비를 했다. 오프라인 대회라는 것과 더불어 이벤트성 대회라는 특수성 때문에 뭔가 더 기대되고 떨리는 기분이 있었다. 부지런히 준비를 했고, 드디어 대회당일! 아침이 밝았다.
[ 평화의 공원에 모인 정신없는 사람들 ㅎㅎㅎ 혼란하다 혼란해 ]
대회당일 아침에는 분장을 해야 했기에 대회장에 일찍 모이기로 했다. 아침에 5시반쯤 기상해서 준비물을 챙기고, 간식으로 먹을 음식들도 간단히 준비해서 부랴부랴 차에 시동을 걸었다. 어찌어찌 대회장소에 도착해 주차를 하니 7시를 살짝 넘어가고 있었다. 대회가 시작하려면 약 한시간반 정도 남은 시각. 많은 팀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우리팀도 천막 한쪽에 자리를 펴고 앉아서 준비해온 의상과 페이스페인팅 등 참가 준비를 서둘렀다. 우리팀은 101마리 달마시안과 크루엘라 분장을 했다.
우선, 크루엘라를 맡은 남자팀원은 끈나시로 된 롱 슬립을 입고, 겉옷으로 퍼를 걸친 후 단발머리의 반쪽을 하얀색 칼라스프레이로 염색을 했다. 그리고 나머지 팀원들은 모두 흰색 쫄쫄이 의상에 점박이를 붙인 달마시안 복장으로 환복하고, 얼굴에는 흰색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검은색으로 코와 수염을 그려넣었다. 달마시안 중 여자팀원 한명은 달마시안 정장을 입었고, 남자인 나는 점박이 여자원피스를 입었다. 그렇다. 나는 암컷이었다.
분장을 하면서 심하게 현타가와서 자아성찰을 하는 팀원도 있었을 만큼 분장을 설렁설렁 하지 않았다. 정말 많이 준비했고 개처럼 보이기위해 많이 노력한 코스프레였다. 단체사진에서도 흰색 점박이들이 눈에 잘 띄는게 아주 만족스러웠다. 다른 참가팀들도 우리를 보면서 많이 웃어주고 호응도 해주니 참가하길 잘 했다는 안도감도 들었다.
얼추 분장은 다 마무리가 되어 갈 쯤, 대회 운영본부에서 팀 배번표와 릴레이기록 측정에 사용되는 태그를 배포해 주었다. 배번표는 팀넘버와 조원순번이 적혀있었다. 우리팀은 50-1번 부터 50-7번 까지 였다. 레이스는 1번 주자부터 7번 주자까지 각각 6km씩 런닝을 한 후 다음사람에게 태그를 넘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마지막 7번주자까지 총 거리합산 42km를 뛰어야하는 긴 레이스다.
대략적으로 생각해도 런닝만 약 4시간을 해야하는 대회이다 보니 기다림과 배고픔을 이겨내야 한다.그래서 아침에 부랴부랴 싸왔던 간식을 돗자리 위에 펼쳐놓았다. 팀원들이 편하게 간식을 먹을 수 있도록 김밥도 싸왔고, 계란말이와 삼겹살까지 가져와서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까지 잘 준비한 한끼였다.
대회장은 출발시간이 다가올 수록 코스프레한 참가팀들이 북적북적하고 이벤트 부스들도 신나게 홍보를 하고 있었기에 점점더 대회분위기가 흥이 오르고 있었다. 평소에는 해보지 못할 착장을 한 채로 대회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다른 팀원들 코스프레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아이디어들로 꾸미고 참가한 팀들도 많이 보였고, 정말 신선한 코스프레를 한 팀원들도 보이고 정말 다채롭고 재밌는 광경이었다.
[ 드디어 레이스 스타트! ]
이제 출발시간이 다 되었다. 레이스는 출발지점부터 한바퀴를 돌면 1.5km 거리가 나오는 코스였고, 1인당 4바퀴(6km)씩 돌고 다음 주자에게 태그를 넘기는 방식이다. 기록경쟁부문에 참가한 팀원들과 코스프레부문에 참가한팀원들이 따로 구분되지는 않고 한번에 스타트를 하였다.
당연히 기록경쟁에 참여한 러너들은 초반부터 화끈하게 앞으로 치고 나갔다. 스피디한 레이싱을 보는 재미도 코스프레 만큼 재미가 있다. 코스프레 참가팀들도 함께 출발을 했지만 기록은 안중에 없다. 코스프레 열심히 해온걸 저마다 뽑내기 바쁘다. ㅋㅋㅋ
우리팀도 눈에 많이 띄는 분장이었지만, 우리팀 못지 않게 정말 파격적으로 분장한 팀들도 많이 보였다. 팀원 전체가 스님으로 코스프레를 한 대학생 팀원들도 눈에 띄었고, 상의를 탈의한 군인들도 있었다. 이분들 몸이 너무 좋아서 남자인 나도 눈이 갔다. 아기를 태운 유모차부대도 있었고, 공주로 분장한 팀들과 왕과 내시, 바나나분장, 뉴진스? 누진세? 와 복고의상등등 정말 아이디어가 넘치는 팀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나는 샘스미스로 분장한 참가팀이 가장 눈에 많이 띄었던 것 같다. 샘스미스와 정말 싱크로율이 높은 분장에 놀라웠다. ㅋㅋㅋ
혼자서 뛰기에 6km가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니고, 7명이 다 뛸때까지 총 4시간을 기다리는게 지루할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레이스가 시작되고 나니 그런걱정은 하나도 하지 않게 되었다. 참가팀들 코스프레가 너무 재밌어서 구경하는데 시간가는줄 몰랐고, 선수교체구간에서 MC분들이 대회 끝날때까지 쉬지않고 레이스를 중계해주며 재밌게 진행을 해 주시니까 지루할 틈이 정말 1도 없었다.
우리팀도 달마시안 개 분장을 하고서 뼈다귀모양 개껌도 입에 물고 런닝을 했더니 MC분께서 많이 언급을 해 주셨다. 고생하며 분장하고 소품을 준비한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ㅋㅋㅋ 다만, 우리 팀 이름은 "조루엘라 드빌" 이었는데 자꾸만 "개뼉다귀팀"이라고 불려서 그게 좀 아쉬웠다 ㅋㅋ
첫번째 주자부터 열심히 달려주었다. 런닝을 간만에 하는 팀원들도 있었고, 분장을 하고 뼈다귀까지 입에 물고 뛰느라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다 보니 우리팀도 초반에는 많이 뒤쳐져서 뛰게 되었다. 기록 경쟁은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내 차례에서는 다른 팀원들을 대신해서 조금은 시간을 단축 해 보기로 했다.
나는 5번째 순서로 레이스에 참가했다. 앞 주자에게서 태그를 넘겨받고 달려나가면서 왼손에 찍찍이를 채웠다. 교체구간에서는 모든 참가팀원들이 펜스에 붙어서 응원을 해 주니까 나도모르게 흥분을 하게 된다. 원피스를 입은 내 모습이 살짝 챙피해서 안보일 정도로 빠르게 뛰어야 겠다 라는 마음도 없지는 않았으나, 대회의 분위기에 취해서 페이스를 팍팍 높이게 된 것 같다. 역시나 오프라인 대회에는 평소와 다른 버프를 받게 되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힘을 받고, 처음 1km 구간을 생각보다 많이 오버페이스로 뛰었다.ㅋㅋㅋㅋ 페이스 410으로 뛰쳐나가다 보니 1km 지점부터 급격히 타격감이 온다. 원피스에 흰색 스타킹이라 복장도 불편한 와중에 오버페이스로 인한 호흡불균형이 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ㅋㅋㅋ 응원소리에 너무 흥분했다. 살짝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1.5km 반환점을 한번 돌았다. 두번째 바퀴에 들어 서면서도 여전히 호흡이 거칠었지만 페이스를 살짝 늦추니까 그래도 일정한 속도를 유지할 수 는 있을것 같았다. 두바퀴째를 돌때쯤 되니 꽤 많은 사람들을 제끼고 나가게 되었다. 조금 뒤쳐졌던 순위를 야금야금 끌어올리며 3~4바퀴를 마저 돌고 평균페이스 약 440의 속도로 6km를 마무리 지으면서 다음 6번째 주자에게로 태그를 토스해 주었다.
마지막 주자까지 우리가 준비한 코스프레 뽐내면서 무사히 완주 하였고, 정말 끝까지 재밌게 즐겼다. 최종 기록은 거짓말처럼 04:04:44 가 나왔다. 데빌이란 팀명에 맞게 전부 4자로 채워진 기록이다. 일부러 4자로 맞추기도 힘들텐데 신기하다 ㅎㅎ 다들 열심히 뛰어주고 즐겨주어서 너무너무 신나는 대회였다. 기록자체는 이번대회에서는 경쟁에 아무 의미가 없긴 했지만 뿌듯함이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코스프레부분 순위가 발표되었다. 우리팀도 달리는 동안 많이 언급되기도 했고 반응도 좋았어서 내심 기대를 살짝 했던 참이었다. 총 5팀을 시상 해 주었는데, 우리팀도 최종 5등으로 순위권 안에 들게 되었다.ㅎㅎㅎㅎ 재밌게 준비하고 참여한 대회였는데 이렇게 순위권에도 들게 되어서 정말 기쁨이 두배다. 망가짐을 무서워 하지 않고 잘 준비하고 분장한 우리 팀원들 너무너무 자랑스럽다.
[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었던 재미난 대회! 임팩트가 강한만큼 여운이 길다. ]
완주 리워드는 대회 수건과 메달, 노티드도넛, 캔맥주 였다. 완주하고 나면 바로 기념품을 전달 받을 수 있었다. 대회도 재밌고, 간식과 리워드들도 마음에 들었다. 특히, 7명의 메달이 순서대로 조합되는 구조의 메달은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다. 최근에 마라톤 대회들이 비용절감을 위해서인지 메달크기를 점점 작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것 같아서 불만이 조금 있었는데, 간만에 마음에 쏙드는 메달을 받게 되었다. 마라톤 대회는 메달만 예뻐도 정말 참여욕구가 뿜뿜 하는데, 주최측 들은 메달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써 주셨으면 좋겠다 ㅋㅋㅋ
그리고, 완주후에 단체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샘스미스 팀과도 함께 단체사진을 찍었다. 5등팀과 3등팀의 만남, 너무 영광이다. 진짜 샘스미스팀 너무 웃기고 재밌었다. 임팩트가 정말 대단했다. 내 마음속의 1등 당신들이었습니다.. ㅎ
정말이지 완주 후에도 여운이 길게 남는 대회다. 팀으로 함께해서도 그렇고, 이색적인 컨샙의 대회여서도 그런것 같다. 아마도 가능하다면 다음 릴레이 마라톤도 다시 참여를 할 것 같다. 더 강력하고 빡세게 분장하고 준비할 각오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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